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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쉬 뿌이쥬 (Breche Pouiseu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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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트명 : 브레쉬 뿌이쥬, 3432m
덩뒤제앙봉. 세락이 무너질 듯 험상궂다. 2013년 4월13일
표고차 : 1040m 업, 3,000m 다운
난이도 : D+ - VD - GS - A
소요시간 : 8~9시간
에귀디미디에서 '발레 블랑쉬'(Valle Blanche) 로 내려서 '살레 아 망제'(Salle a mange) 까지 내려온다. 오른 쪽 따뀔 빙하 방향으로 향한다. 2800m 에서 'Pointe Sisyphe' 방향으로 3000m 까지 오른다. 오른 쪽 경사가 심한 눈 사면을 따라 간다. 남서쪽 꿀루와르가 보이면 왼쪽으로 향한다.
이곳에서 스키를 메고 45도 경사를 300m 오르면 '브레쉬 뿌이쥬' 안부다. 40m를 자일 하강해 반대편 몽마레 빙하(Mont Mallet glacier) 로 내려 선다. 스키 하강은 크레바스와 세락을 피해 빙하 왼쪽으로 가는 것이 좋다. 레쇼 빙하에 이르면 메르 데 그라스를 지나 몽땅베르까지 내려간다.

그랑 조라스와 몽마레 빙하를 가로지르는 스키 등반 코스.

글 사진 이진기
알프스는 여름과 겨울 사이가 짧다. 밤새 내린 눈이 마을을 덮으면 밤은 더욱 길어지고 겨울이 밀려온다. 말하지 않아도 모두 알고 있다. 눈과 얼음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프랑스 산악마을 샤모니(Chamonix)에 위치한 에귀디 미디(Aiguille de Midi·3,842m)는 세상의 모든 모험이 시작되는 곳이다. 곤돌라를 타고 올라서면 나타나는 얼음동굴이 그 경계가 된다. 이번 스키등반은 절친인 니꼴라(Nicolas)와 함께 했다. 우리는 브레시 뿌이슈(Breche Puiseux·3,432m)를 목표로 했다. 스키 등반의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이 코스는 발레 블랑쉬(Vallee Blanche) 클래식 루트를 따라 내려가다 브레쉬 뿌이쥬를 오른 후 다시 하강하는 루트다. 날씨가 좋다면 스키 하강 중 그랑 조라스(Grandes Jorasses·4,208m)의 거대한 모습도 볼 수 있다.
거침없이 고도를 높인 곤돌라는 우리를 단숨에 얼음동굴 앞에 내려놓는다. 장비를 마지막으로 체크한 나와 니콜라는 얼음동굴을 빠져나와 배낭에 스키를 메고 설원으로 나아갔다. 200m를 내려서니 경사가 제법 급해져 아이젠을 착용한 후 경사가 완만해지는 곳까지 내려섰다. 이곳이 발레 블랑쉬 클래식 루트의 출발점이다.
얼음동굴을 빠져나와 발레 블랑쉬로 내려가는 길. 밤새 내린 눈이 한 길이 넘는다.
넓은 설원과 알프스 침봉군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곳에서 우리는 스키를 신고 마음을 다잡았다. 적설량은 지난밤 내린 눈이 쌓여서인지 사람의 키를 훌쩍 넘었다. 잠시 시선을 왼쪽으로 돌리니 에귀디미디 북벽으로 스키를 타고 내려가는 팀이 보였다. 그들은 출발 지점에서 얼마 못가 내려가지 못하고 한참을 머뭇거리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잠시 후 산악구조대 헬기가 떴다. 일행 중 1명은 활강을 선택했지만 나머지 3명은 헬기로 구조되었다. 소동은 빠르게 정리되었다.

발레 블랑쉬에서 시작

브레쉬 뿌이슈 초입까지는 발레 블랑쉬 루트를 따라 2시간 내려가야 한다. 부츠 버클을 단단히 채우고 동쪽으로 100m 정도 내려섰다. 이곳에서 대각선으로 3,550m 지점까지 가면 안부가 나온다. 여기서 암봉이 나올 때까지 대각선 방향으로 이동했다. 그러자 그로 로뇽(Gros Rognon·3,541m) 빙하가 나타났다. 우리는 이곳에서 완만한 경사를 따라 다시 남쪽으로 내려갔다. 어깨를 잇댄 3,000m급 침봉들을 지나 3,000m 지점에 도착하니 경사가 심해지고 크레바스가 많아졌다. 간혹 이곳에서 사고가 발생하는데 자신의 대담성을 자랑하기 위해 활강속도를 줄이지 않은 이들이 크레바스에 빠지곤 한다. 우리는 크레바스 지대가 시작되기 한참 전부터 속도를 줄인 후 왼쪽 벽에 바싹 붙어서 운행했다.
발레블랑쉬 방하를 따라 파우더 스키
얼마를 내려오자 오른쪽으로 산장이 보였다. 그 아래로 계속 진행하니 고도는 2,450m까지 낮아졌다. 이곳에서 발레 블랑쉬 클래식 루트로 방향을 잡은 스키어들은 휴식을 취하며 간단히 요기를 한다. 하지만 브레쉬 뿌이슈를 목표로 한 우리는 빙하를 횡단해 나아가야 했다. 모굴(mogul) 지대가 나타났지만 그 사이로 길을 잡아 진행하니 그렇게 힘들지 않았다. 모굴을 타고 넘으면 정반대가 된다.
메르데그라스 설원에서 장비를 착용했다
빙하를 거의 횡단할 때쯤 우리는 브레쉬 뿌이슈 앞에 섰다. 왼쪽으로 제앙봉(Dent du Geant·4,013m)이 송곳니처럼 솟아 있다. 이곳에서 정상까지는 3~4시간이 걸린다. 하강 시간을 더해도 4시간30분이면 샤모니에 도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등강을 위해 스키에 실(seal)을 붙였다. 등로는 크레바스와 세락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었다. 오른쪽 벽에 붙어서 빨리 움직이는 것이 상책이다. 바위지대가 출현하는 3,000m까지 단숨에 오르자 드디어 정상으로 이어지는 남쪽 쿨와르가 보이기 시작했다. 제법 가파른 45도의 설벽을 300m 오른 후 스키를 벗고 올랐다. 아까부터 우리 뒤를 따라오던 이탈리아 스키어 두 명과는 정상 부근에서 만났다.
경사가 급해지자 스키를 벋고 브레쉬 뿌이슈 정상 바로 아래
브레쉬 뿌이슈 정상을 향해 300m 등반한 지점.
브레쉬 뿌이쥬 정상. 두 명이 서있기도 비좁다. 이탈리아 커플 스키어

계단이 길어지고 있다

정상은 두 명이 서있기도 좁은 공간이었다. 건너편으로 바라보이는 빙하는 신설이 가득한 신세계였다. 이탈리아 스키어 두 명과 함께 하강하기로 결정했다. 두 명보다는 네 명이 함께 하강하는 것이 안전하고 활강시간도 아낄 수 있어서였다. 정상에서 샤모니까지 스키로 3~4시간 정도 걸리니 시간이 넉넉하지는 않았다.
40m 로프 하강한 후 15m를 더 내려와 스키를 신는다. 파트너 니꼴라
로프 하강 길이는 눈의 깊이와 상태에 따라 매년 다르다. 눈이 적은 해는 50m 정도 하강하면 되지만 눈이 많은 해는 하강할 필요 없이 스키로 활강하면 된다. 지난 몇 년간 40m 정도 하강하는 것이 평균이었다. 중간확보지점을 쉽게 찾을 수 있다면 두 번에 나누어 하강하는 것이 좋다. 미디봉 곤돌라 승강장.로프를 한 동만 준비하면 되기 때문이다. 빙하로 내려서는 다른 방법은 페리아드(Periades·3,421m) 산장으로 가서 하강하는 것이다. 이 산장은 3명 정도가 악천후를 피할 수 있는 비상대피소다. 브레시 뿌이슈 정상에 사람이 많을 경우 이용하는 것이 좋다.
네 명이 차례로 하강을 마친 후 다운클라이밍으로 15m를 더 내려갔다. 이제 신나게 활강하는 일만 남았다. 플레이트와 부츠가 신설에 묻혔다. 빙하 왼쪽으로 길을 잡아 계속 활강했다. 그러자 거대한 그랑 조라스 북벽이 나타났다. 1,000m가 넘는 거대한 벽을 보자 경외감이 들었다. 레쇼 빙하까지는 35도 경사로 설면이 이어졌다. 신설이 많아 이른바 파우더 스키를 만끽할 수 있었다.
한참 빙하를 따라 활강하다 보니 어느새 발레 블랑쉬 루트와 합류했다. 몸을 스키에 맡기고 완만한 설사면을 한참 내려서자 왼쪽으로 곤돌라 승강장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곳에서 곤돌라를 타면 기차역까지 바로 연결된다. 나와 니콜라는 스키를 벗고 곤돌라를 타기 위해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적설량이 많을 때는 계단이 짧지만 지난 몇 년간 지구온난화의 영향인지 매년 계단의 길이가 길어지고 있다.
그랑 조라스를 배경으로 잠시 멈춘 이탈리아 스키어.
곤돌라를 타지 않고 스키로 몽탕베르(Montenvers) 역까지 갈 수도 있다. 해발 1,700m 지점까지 빙하를 따라 스키로 활강한 후 왼쪽 길로 100m 내려선 다음 15분 정도 오르면 모테(Mottets·1,638m) 산장이 나온다. 이곳에서 발레 블랑쉬 출구라 불리는 길을 따라 샤모니까지 내려가면 된다. 1시간15분 정도 걸린다. 마지막 기차를 놓친 스키어들이 주로 이용하는 코스로 대부분 스키어들은 곤돌라를 이용한다. 기차역에 도착하니 스키를 배낭에 매단 스키어들로 북적인다. 샤모니에는 가을이 겨울과 함께 온다.
모테 산장 가는 길.

프랑스 브레쉬 뿌이쥬

 Mini Information
브레시 뿌이슈 스키등반은 오전에 일찍 시작하는 것이 좋다. 속도가 느린 팀이라면 에귀디 미디에서 내려와 코스믹 신장이나 르깡 산장에서 1박한 후 새벽에 오르는 것이 좋다. 날씨가 좋으면 곤돌라 승강장에 많은 사람들이 몰리기 때문에 이른 시간에 이용하기 쉽지 않다. 기상상태가 안 좋거나 비상상황이 닥치면 비박산장을 이용한다.
페리아드(Periadesㆍ3,421m) 비박산장
프랑스산악회 소유로 1925년 건축되어 1996년 리모델링했다. 3명이 묵을 수 있는 비박산장이다. 운행 중 악천후를 만났을 때 사용한다.
에귀디 미디 곤돌라
승강장은 샤모니 북쪽에 있다. 에귀디미디(3,842m)까지 두 번에 나누어 고도 3,000m를 올린다. 중간에서 두 번을 갈아타는 이유는 케이블카를 연결하는 선이 바로 올라갈 수 없고, 그나마 잠시라도 고소에 적응할 시간을 주기 위해서다. 고소증세가 심하다면 서둘러 하산하는것이 좋다.
스키난도에서 사용하는 등급 체계는 스키 투어링, 스키 마운티니어링 활동에서 난이도를 나타내기 위해 사용됩니다. 각 등급은 기울기, 지형의 위험성, 기술 요구 사항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결과입니다. 여기서 D+, VD, GS, A는 다음을 의미합니다.

1. D+ (Difficile +)

의미: "어려움+" 정도로 해석되며, 상당히 어려운 코스를 나타냅니다. 가파른 경사와 기술적인 구간이 많아 고급 기술이 필요합니다.
 경사: 40~45도 이상의 급경사.
 필요 기술: 얼음, 바위 등 다양한 지형을 극복할 능력이 필요.

2. VD (Very Difficult 영어권), TD(Tre Difficile, 프랑스)

의미: 매우 어려운 코스를 뜻하며, 전문가 수준의 기술이 필요합니다.
경사: 45도 이상 혹은 노출된 위험 지형.
특징: 종종 암벽 등반 요소와 빙벽을 포함할 수 있음.

3. GS (Grand Ski)

의미: 장거리 스키 투어링 코스를 나타냅니다. 기술뿐만 아니라 체력과 지구력도 중요합니다.
특징: 긴 코스와 다양한 지형을 포함하며, 하루 이상의 여정이 될 수 있음.

4. A (Alpinisme / Alpinistic)

의미: 알피니즘 요소가 포함된 코스를 나타냅니다. 스키와 등반 장비를 모두 사용해야 하는 구간이 있을 수 있습니다.
특징: 빙벽, 암벽 등반 구간과 같은 고산지대 지형이 포함될 가능성.
이 등급은 주로 “스키알피니즘(Ski Alpinism)” 과 관련된 코스에서 사용되며, 각 구간의 위험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입니다.